왜 우리는 크리에이터 에이전시를 만들었나
MCN은 사양산업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죽은 건 수요가 아니라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AI가 바꿔놓은 비용 구조 위에서, 우리는 크리에이터 에이전시를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크리에이터 에이전시를 만들었나
흔히 MCN(Multi-Channel Network)이라 불리는 크리에이터 에이전시 업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백한 사양산업입니다. 명실상부 국내 대표 MCN인 샌드박스 네트워크와 트레져헌터는 매년 수십억 원 대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MCN으로 이름을 떨쳤던 다이아TV의 경우 모회사인 CJ ENM에서 매각을 시도하였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업계에 종사하는 내부자들마저 사실상의 사망 선고를 내린 지 오래입니다.
한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미래로 각광받던 MCN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요? 이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물리적 노동력에 기반할 수밖에 없는 MCN의 수익 구조 때문입니다. MCN의 매니저 한 명이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는 기껏해야 세 명에서 다섯 명 남짓에 불과한데, 매니저의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들 모두가 충분한 규모의 광고를 수주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MCN의 입장에서는 건당 단가가 높은 대형 크리에이터에 집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그러나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비즈니스 업무를 대행해 주는 것만으로 수익의 30-50%를 MCN에 내어주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연예기획사처럼 육성과 오프라인 매니지먼트를 전담한다면 모를까, 온라인 업무를 맡기는 것에 수익의 절반을 내놓아야 한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MCN 입장에서도 위와 같은 이유로 30-50%를 수수료로 가져가고도 이익을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크리에이터는 높은 수수료를 내면서도 충분한 케어를 받지 못하고, MCN은 높은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적자에 허덕입니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양쪽 모두 불행한 구조, 이것이 MCN 모델의 본질입니다.
이와 같은 루즈-루즈 구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쪽은 대형 크리에이터뿐입니다. 법인을 세워 사람을 고용할 여력이 되고, MCN이 영업하지 않아도 브랜드가 알아서 줄을 섭니다. 실제로 침착맨, 슈카월드, 빠니보틀 등 메가급 크리에이터들은 최근 연이어 소속 MCN과의 계약 해지를 선언했습니다. MCN이 제공하는 가치보다 가져가는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돈이 되는 크리에이터는 떠나고, 남은 크리에이터로는 적자가 납니다. MCN의 악순환 구조는 이로써 완성됩니다.
한편 흔히 마이크로, 미드급이라 불리는 크리에이터들은 이러한 기존의 구조에서 가장 크게 소외되어 왔습니다. 크리에이터 광고 시장에서 이들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MCN 입장에서는 매니저 한 명을 붙여주자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혼자서 브랜드 이메일에 답장하고, 단가를 협상하고, 계약서를 검토하고, 정산 일정을 추적하자니 콘텐츠를 만들기에도 24시간이 모자란 이들로서는 버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함은 자명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MCN이 사양산업이 된 이유는 수요가 부족하고 서비스의 질이 낮아서가 아닙니다. 크리에이터가 비즈니스 업무를 위임하고 싶다는 수요는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규모가 커지고 숏폼 위주로 변화함에 따라 오히려 이 수요는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수요가 아니라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식이 죽었을 뿐입니다. 사람에 의존하는 모델이 사람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AI에서 이 산업의 구조를 통째로 재편할 잠재력을 보았습니다. 기존에 MCN이 대행하던 비즈니스 업무들을 AI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정 트래킹, 브랜드 스타일 학습, 데이터 기반 단가 추산 등 인간 매니저가 물리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일까지 가능해졌습니다. 덕분에 한 명의 매니저는 이제 고작 서너 명이 아닌 백 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모든 노동을 담당하던 전통적 MCN 모델에서는 낮은 수수료로 높은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고, 마이크로 크리에이터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AI-Native 크리에이터 에이전시 Kinni를 만들었습니다. Kinni는 수수료 10%를 받습니다. 전속계약과 위약금은 없으며, 모든 협상 과정은 크리에이터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됩니다. 저희가 자선 사업가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AI가 만들어 낸 효율이 이 구조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Kinni는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크리에이터 에이전시로 영원히 남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 이름으로 세상에 나서서 자신을 표현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지금은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이 사람들이 바로 미래 경제의 우점종이 될 1인 사업가의 프로토타입이라고 믿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비즈니스 인프라를 만드는 일은, 머지않아 모든 산업을 지배할 1인 사업가들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일과 같습니다. 모든 1인 사업가, 나아가 모든 사람들은 크리에이터의 길을 따를 것입니다. 누군가는 우리를 두고 가망 없는 사양산업에 뛰어들었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양산업에 뛰어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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