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맨이 MCN을 떠난 이유
2024년, 침착맨을 포함한 네 명의 메가 크리에이터가 동시에 샌드박스를 떠났다. 이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산술의 문제다. MCN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수학을 분석한다.
침착맨이 MCN을 떠난 이유
침착맨, 곽튜브, 슈카월드, 빠니보틀
2024년 4월, 침착맨이 샌드박스를 떠났다. 5년간의 계약을 끝내고, 가족들의 이름에서 따온 '금병영'이라는 이름의 법인을 세웠다. 침착맨은 샌드박스를 떠나기 1년 전, 송파구에 53억 원짜리 빌딩을 매입했다. 다시 말해 이는 충동적 결정이 아닌 계획된 이탈이었다. 같은 해 6월 곽튜브와 빠니보틀이 떠났고, 8월에는 슈카월드까지 떠났다. 슈카월드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5년여 간 고생해 주신 샌드박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짧게 적었다. 누구도 갈등과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네 명의 메가 크리에이터가 동시에 회사를 떠나 독립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MCN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리고 그 한계는 감정과 관계가 아닌 철저히 이성적인 수학으로부터 출발한다.
MCN의 수학
MCN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기본적인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크리에이터 수익의 일부(일반적으로 30~50%)를 수수료로 가져가고, 그 대가로 광고 영업, 계약 관리, 브랜드 협상 등을 대신 맡는다. 보통 매니저 1명이 3명에서 5명 정도의 크리에이터를 담당한다. 광고주와 영상 편집본을 주고받고, 단가를 협상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계약서를 검토하는 비정형의 커뮤니케이션이 업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대단히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매니저 1명의 연봉을 4,000만 원이라고 해보자. 크리에이터의 평균 연 수익이 3,000만 원이고 수수료가 30%라면, 크리에이터 한 명당 MCN이 가져가는 몫은 900만 원이다. 매니저 1명이 크리에이터 3명을 담당하면 인건비도 감당할 수 없고, 5명을 담당하면 인건비 빼고 500만 원이 남는다. 임차료를 포함한 각종 고정비를 고려하면 다시 적자가 된다.
국내 최대의 MCN인 샌드박스네트워크(이하 샌드박스)의 재무제표를 보면 이것이 단순한 이론에 불과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샌드박스의 매출은 약 697억 원이었는데, 여기서 크리에이터 정산금, 콘텐츠 제작원가 등을 제외하면 샌드박스가 실제로 가져가는 돈은 232억 원이었다. 같은 해 샌드박스가 지출한 인건비(급여, 복리후생비, 퇴직급여)는 233억 원으로, 인건비가 실매출을 초과하는 구조였다.
크리에이터는 수익의 30% 이상을 소속사에 지불하며 충분한 케어를 받지 못하고, MCN은 30% 이상의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적자 신세를 면할 수 없다. 경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극복할 수 없는 산술 법칙의 문제다.
MCN이 돈을 버는 방법
역시 산술적으로 따져봤을 때, MCN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또한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매니저 1인당 관리하는 크리에이터 수를 늘린다. 매니저 한 명이 1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를 관리할 수 있다면 그제서야 수지타산이 맞기 시작한다. 실제로 한 명의 매니저가 10~20명 사이의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구조를 갖춘 MCN이 몇몇 존재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리소스가 덜 드는 나노~마이크로 크리에이터에 특화되어 있고, 관리를 느슨하게 해주며, 저마진 사업을 포기하고 선택과 집중의 방식을 택한다.
물론 대가가 따라오는데, 한 명의 매니저가 20명의 크리에이터를 관리한다면 매니저가 크리에이터 1인당 사용하는 시간은 1주일에 한 시간 남짓, 많아봐야 두 시간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풀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까? 자연히 수수료율이 낮아지고, 산술 법칙은 다른 방식으로 붕괴한다.
둘째, 체급이 큰 크리에이터를 관리한다. 연 3,000만 원을 버는 크리에이터를 100명 관리하는 대신, 연 2~3억 원을 버는 크리에이터를 10명 관리한다면 어떨까? 수수료 30%를 받는다면 크리에이터 한 명에 6,000만 원에서 9,000만 원을 MCN의 몫으로 챙길 수 있다. 매니저 인건비를 넉넉히 커버하고도 남는다.
여기에는 딜레마가 숨어 있다. 1년에 5,000만 원을 버는 크리에이터라면, MCN 수수료는 1년에 1,500만 원이다. 매니저를 직접 고용하려면 최소 연 4,000만 원은 줄테니, MCN이 훨씬 싸다. 남을 이유가 있다. 연 수익이 1억 원이 되면 수수료는 3,000만 원이니 남을지, 말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연 수익이 5억 원이라면? 수수료가 1억 5,000만 원. 내 일만 담당해 줄 직원을 세 명 고용하더라도 MCN보다 저렴하니, MCN에 남는 것은 돈을 버리는 행위다.
연수익 기준 2~3억 원이 임계점이다. 이 선을 넘으면 이탈이 산술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침착맨, 슈카월드, 곽튜브, 빠니보틀 모두가 임계점을 훌쩍 넘은 크리에이터들이다. MCN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이 떠나면 크리에이터의 평균 수익은 하락하고, 고정비는 그대로이기에, 적자만 깊어지며 악순환의 굴레에 빠진다.
변하지 않은 수요, 사라진 전제
MCN의 30%는 무엇의 대가일까?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혼자 기획하고, 혼자 촬영하고, 혼자 편집한다. MCN은 이미 만들어진 채널 위에 올라타 관리를 명목으로 30%를 가져간다. 그럼에도 이 모델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대안이 없다는 이유뿐인데, 크리에이터 혼자 이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MCN은 대안 부재의 수혜자였고, 30%는 서비스의 가격이 아니라 독점의 가격이었다.
침착맨이 샌드박스를 떠나 법인을 설립하고 많은 직원을 채용했다는 사실에서 드러나듯, 크리에이터가 1인 기업가로서 짊어져야 할 업무의 양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 그리고 이를 외주화하고자 하는 수요가 절실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다만 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30%의 수수료를 헌납해야 한다는 전제다.
이 변화가 왜 시작됐는지 더 큰 맥락에서 보고 싶다면 왜 우리는 크리에이터 에이전시를 만들었나 글을 추천한다. 광고 협상, 계약, 일정 조율 같은 운영을 단순화하고, 콘텐츠 제작 지원, 채널 분석 등 안정적인 채널 성장이 필요하다면 Kinni 시작하기에서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